“자고 일어났더니 팔다리가 저려요”, “손끝이 찌릿찌릿하고 감각이 둔해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흔한 증상, 바로 손발 저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나 피로 탓으로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혈당 수치가 경계선에 있다면 이 증상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심각한 합병증의 첫 번째 신호, ‘당뇨 신경병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많은 당뇨인들을 괴롭히는 가장 흔하고 무서운 합병증인 당뇨 신경병증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당뇨 신경병증이란 무엇일까요?
당뇨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은 이름 그대로, 지속적으로 높은 혈당이 우리 몸의 신경을 손상시키는 질환입니다. 마치 설탕물에 쇠가 오래 담겨 있으면 녹이 스는 것처럼, 높은 농도의 포도당이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온몸에 퍼져있는 신경, 특히 가늘고 약한 말초신경부터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한 합병증이며, 단순히 통증이나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심각한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하는 ‘당뇨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 하필 가장 먼 ‘손발 끝’에서부터 시작될까요?
당뇨 신경병증의 증상이 유독 발끝이나 손끝에서 시작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신경은 뇌와 척수에서부터 전깃줄처럼 온몸으로 뻗어 나가는데, 발끝으로 가는 신경이 가장 길기 때문입니다. 가장 긴 만큼 혈액과 영양 공급 경로도 길어, 고혈당으로 인한 손상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취약하게 노출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손발 끝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신경병증을 ‘원위 대칭성 다발신경병증’이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초기 증상을 보입니다.
- 찌릿하거나 타는 듯한 통증 (화끈거림)
- 바늘로 콕콕 쑤시는 느낌
- 전기가 오르는 듯한 느낌
- 감각이 둔해져 남의 살처럼 느껴짐 (마치 얇은 양말이나 장갑을 낀 듯한 느낌)
- 증상이 주로 밤에 더 심해져 수면을 방해함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신경 손상이 진행될수록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에는 감각이 완전히 소실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증상을 방치하면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 ‘당뇨발’의 비극
“아프다가 감각이 없어지면 더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로 이 ‘무감각’이 당뇨 신경병증이 가장 무서운 이유입니다. 발에 감각이 없으면 작은 상처나 물집이 생겨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신발에 작은 돌멩이가 들어가도 모르고 하루 종일 걷거나,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가도 화상을 입을 때까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방치된 상처는 혈액순환 장애까지 겹치면서 쉽게 낫지 않고 궤양으로 발전하며, 세균 감염이 심해지면 조직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로 이어져 결국 발가락이나 발목, 심하면 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신경 손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고혈당이 신경을 손상시키는 과정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 비정상적 대사 경로 활성화: 높은 포도당은 신경세포 내에서 ‘폴리올’이라는 비정상적인 대사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소르비톨’이라는 물질이 축적되고, 이는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끼치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 최종당화산물(AGEs) 생성: 과도한 당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변성된 ‘최종당화산물’을 만듭니다. 이 독성 물질은 신경세포와 주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 미세혈관 손상: 신경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신경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아주 미세한 혈관들이 고혈당으로 인해 손상되고 막히면서, 신경은 서서히 굶어 죽게 됩니다.
최선의 예방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생활 속 관리
한번 손상된 신경은 완벽하게 되돌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당뇨 신경병증은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모든 것의 시작, 철저한 혈당 관리
당뇨 신경병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주치의와 상의하여 당화혈색소(HbA1c) 목표 수치(일반적으로 6.5% 미만)를 정하고, 식단, 운동, 약물 요법을 통해 꾸준히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2. 합병증을 막는 핵심, ‘발 관리’의 생활화
매일 양치질을 하듯, 아래의 발 관리 수칙을 반드시 습관화해야 합니다.
- 매일 관찰하기: 잠자리에 들기 전, 밝은 곳에서 발바닥, 발가락 사이, 발톱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상처, 물집, 굳은살, 색 변화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 청결과 보습: 미지근한 물(온도계로 확인)로 발을 씻고, 수건으로 두드려 물기를 완전히 말립니다. 특히 발가락 사이는 습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발 전체에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건조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 올바른 손발톱 관리: 발톱은 너무 짧게 깎지 말고, 반드시 일자로 깎아 내성 발톱을 예방합니다.
- 신발과 양말 선택: 발에 잘 맞고 통풍이 잘되는 편안한 신발을 착용합니다. 신발을 신기 전에는 안에 이물질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양말은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로, 솔기가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화상 주의: 감각이 둔하므로 찜질팩, 전기장판, 뜨거운 물에 발을 직접 대는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더 이상 외면하지 마세요
손발이 저리고 찌릿한 증상은 피곤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을 진단받았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작은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손발 저림이나 이상 감각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조기 발견과 철저한 관리가 당신의 소중한 신경과 건강한 두 발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